《꿈으로 지은 집》 국립한국문학관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 연계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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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지은 집》
국립한국문학관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 연계전시
- 『구운몽』 을사본(1725) 발간 300주년 기념 전시
국립한국문학관(관장 문정희)은 8월 20일(수)부터 9월 20일(토)까지《꿈으로 지은 집》(The Place of Dream)전을 개최한다.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의 『구운몽(九雲夢)』목판본이 첫 발간된 지 3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이번 전시는 김만중, 이광수, 최인훈이 ‘꿈’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창조해내는 새로운 공간을 탐구한다.
세 작가가 만들어 낸 꿈의 공간으로의 초대
- 김만중의 『구운몽』을사본과 이광수『꿈』(1947), 최인훈의 『구운몽』(1962)을 통해 보는 문학 속 꿈의 세계
《꿈으로 지은 집》전시는 국립한국문학관이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9.12.~9.25.)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특별전으로 김만중의 『구운몽』, 이광수(李光洙 1892~1950)의 『꿈』, 최인훈(崔仁勳, 1936~2018)의 『구운몽』을 통해 한국문학에서 꿈이라는 소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전시다. 세 작가에게 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주된 새로운 문학적 공간을 창조하는 도구였다. ‘꿈으로 지은 집’은 세 작가들의 작품이 꿈을 매개로 현실에 버금가는 경험을 만들거나, 견디기 힘든 현실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김만중과 이광수의 작품에서 꿈이 욕망을 이룰수록 허무함을 안겨주는 그늘로 드러났다면, 최인훈의 작품 속에서는 집단 무의식 속에서 파편화된 자아의 부서진 거울로 나타난다. 세 작가는 꿈을 상처받은 주변을 위한 위로로, 스스로의 과오를 해명하는 죄의식의 공간으로, 현실을 비추는 은유로 각각 활용한다.
전시는 크게 『구운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구운몽도〉 병풍을 감상할 수 있는 도입부, 각각의 작품을 소개하는 1부 꿈과 현실을 넘어, 2부 현실에 대한 변명, 3부 해체된 현실로서의 꿈, 그리고 작품들 간의 연결고리와 차이점 등을 보여주는 특별 섹션 등으로 구성된다.
최초의 상업출판 소설 을사본『구운몽』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을사본 김만중의『구운몽』은 오늘날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고전소설이다. 『구운몽』은 처음 김만중이 집필한 1687년 후 거의 40여 년 동안 필사본의 형태로 전해지다가 1725년 나주에서 목판으로 제작되어 대량유통이 되기 시작했다. 책이 귀하던 시절, 문학작품이 인쇄를 거쳐 시중에 유통되었다는 사실은 『구운몽』이 받았던 사랑을 짐작케 한다.
특히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영조는 1751년부터 세 차례나 『구운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19세기 황해도 해주의 기생 명선은 자신의 반생을 돌아보는 노래 가사에서 자기 신세를 『구운몽』에 등장하는 ‘계섬월’에 빗대어 묘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운몽』은 위로는 임금부터 아래로는 기생까지 즐겨 읽던 말 그대로 대중소설이자 한국 최초의 상업소설이었으며, 한반도를 단일 공동체의 감각으로 묶어낸 새로운 문학장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구운몽』과 〈구운몽도〉, 같지만 다른 세계
〈구운몽도〉는 『구운몽』에서 비롯되었지만 단순히 줄거리를 옮겨놓은 그림이 아니다. 소설 속에 없는 장면이 포함되기도 하고, 서사 구조와 무관하게 장면이 재배치되기도 한다. 그래서 〈구운몽도〉를 감상하는 일은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구운몽도〉중 주요 장면을 선별해 나란히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구운몽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 성진과 팔선녀가 돌다리 위에서 희롱하는 장면, 8명의 부인을 만나는 장면, 꿈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는 장면 등으로 서로 다른 화가들이 각각의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비교하며 살펴보는 즐거움을 준다.
노존본『구운몽』과『나계유고』최초 공개
이번 전시에서는 『구운몽』의 가장 이른 시기의 판본으로 알려진 노존본이 함께 공개된다.“노존사남악강묘법(老尊師南嶽講妙法)”으로 시작해 노존본이라 불리는 이 판본은 삽입 시(詩)와 내용 차이에 따라 A·B계열로 나뉘며,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자료는 A계열의 작품으로 을사본의 원형이 된 판본으로 평가된다.
또한 김만중의 정적이었던 조사석(趙師錫, 1632~1693)의 미완 문집 초고인 『나계유고(蘿溪遺稿)』도 최초로 공개된다. 총 5권으로 구성된『나계유고(蘿溪遺稿)』는 국립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본으로 조사석이 쓴 시와 숙종에게 올렸던 상소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1687년 김만중은 조사석이 후궁 장씨와 결탁해 출세했다는 소문을 전하면서 숙종의 노여움을 사 유배되었고, 기사환국(己巳換局: 1689년(숙종 15) 장희빈의 아들을 원자로 정하는 문제를 계기로 서인이 축출되고 남인이 정권을 장악하게 된 사건) 때 조사석 역시 정적의 공격을 받아 고성으로 유배되었다. 김만중이 남해에서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693년, 조사석도 유배지에서 역병으로 사망했다. 『나계유고』를 통해 김만중이 유배를 떠나 『구운몽』을 집필하게 되는 배경을 살필 수 있어 흥미롭다.
문학 작품 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전시 선 보여
전시 주요 작품은 한문으로 쓰였거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줄거리로 인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번 전시는 서메리 작가의 일러스트 그래픽을 곳곳에 넣어 작품 줄거리 이해에 도움을 주는 한편, 책 전시만으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시에 재미를 더했다. 『구운몽』은 원전에 충실한 번역작업을 거쳐 영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최초의 한국 고전 소설이며 후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 또한 크다. 1996년 국립국장의 창극《구운몽》(시인 문정희 대본, 안숙선 작창 및 소리)의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창극《구운몽》은 1992년 대전엑스포 개막 공연작으로 제작, 초연되었다.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와 함께하는 다양한 문학 체험 가능
- 영화 상영, 전문가 강연, 작가 낭독 토크 등 융합 프로그램 제공
국립한국문학관은《꿈으로 지은 집》전시 이외에 체험, 학술대회, 영화, 강연, 작가 낭독회 등 연계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준비했다. 랩, 무용, 웹툰 작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구운몽』 한 구절을 택해 가사를 쓰고 춤으로 표현하는 흥겨운 시간을 제공한다.
8월 27일 13시~17시에는 한국고소설학회, 전라남도 나주시와 공동 주최하는 “『구운몽』 나주판 발간 3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정병설 교수의 기조강연“<구운몽> 출간 300주년의 의의”를 필두로 “움직이는 아홉 구름 - 조선 후기 『구운몽』의 변화에 대하여”(Dennis Wuerthner, 미국 보스톤대), “한국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 나타난 한류에 대한 자조와 17세기 소설의 역할”(Barbara Wall,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내외 구운몽 석학들의 발표가 뒤를 잇는다.『구운몽』이 비단 조선시대 뿐 아니라 오늘날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폭넓게 살펴보는 학술대회다.
한편,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 기간 중 연계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구운몽도(그림으로 읽는 구운몽)』의 저자 서울대 국문과 정병설 교수가 한국문학사에서『구운몽』이 지닌 의미를 국내외 소장된 대표적〈구운몽도〉를 곁들여 설명한다. 신상옥 감독의 1955년작 영화《꿈》도 상영된다. 이광수 『꿈』을 원작으로 황남과 최은희가 주연을 맡았으며, 플롯의 구성과 기법, 장면 연출 등 당시 31세였던 신 감독의 뛰어난 재능과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1967년에 신 감독 자신에 의해 리메이크된 바 있다. 9월 19일 13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작가 낭독토크쇼가 열린다. 황유원 시인과 이유리 소설가가 각각‘꿈’ 모티프가 들어간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꿈이 창작에 미친 영향과 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문정희 관장은 “꿈이란 영원한 문학의 테마이자 매혹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라며“《꿈으로 만든 집》전시가 우리에게 꿈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을 근거로 2019년 법인이 설립되었다. 2024년 5월 문학관 착공식을 거행했으며, 2027년 상반기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학관은 명실상부한 한국문학 자료의 대표 소장 기관으로서 국가문학유산의 미래가치를 생산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자료 수집, 전시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