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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을 빛낸 문학인

이달을 빛낸 문학인(8월) 표지

내부필진

8월

이달을 빛낸 문학인(8월)

  • 이름

    김우진(金祐鎭)
  • 출생

    1897년 전라남도 장성군 출생
  • 사망

    1926년 사망
  • 주요 작품

    <산돼지>,<이영녀>,<난파>등
  • 작가 소개

    김우진은 식민지 현실과 민중의 삶을 직시한 선구적 극작가이다. 시대의 아픔과 청년의 고뇌를 대변한 예술가이며, 관념적 담론에 머물지 않고 <이영녀>, <산돼지> 등의 희곡을 통해 민중의 수난을 고발하고, 출구를 찾지 못해 신음하던 당대 청년들과 깊이 소통하고자 한 작가이다. 작가 김우진은 짧지만 강렬한 유산을 남긴 한국 근대극의 거목이다.

소개

극작가 김우진을 조감하다

 

 

교류협력부 신소연 선임연구원

 

 

  작가 김우진
  우리에게 노래 <사의 찬미>로 더욱 친숙한 김우진은, 뒤늦게 작가로서의 삶을 재조명받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동안 윤심덕과의 정사(情死) 스캔들에 가려져 있던 그의 희곡들은, 그가 한국 근대극을 일군 선구자였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초성(焦星) 김우진(이미지 제공: 목포문학관)


  이러한 문학사적 가치를 반영하듯, 2025년 11월 국가유산청은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 4점을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고시했다. 대상작은 그의 대표작인 <두덕이 시인의 환멸(두덕이 詩人의 幻滅)>, <이영녀(李永女)>, <난파(難破)>, <산돼지(山돼지)>이다. 이들 작품은 한국 희곡사와 공연사에서 독보적인 의미를 지니며, 시대를 앞서간 김우진의 깊은 작품세계와 치열한 작가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개화지식인이 맞닥뜨린 환멸
  김우진의 초기작인 <두덕이 시인의 환멸>은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근대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자기모순과 가치관의 혼란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貞: 불상하다니 어머니게시구 어엽분夫人게시구 귀여운아들잇구 집잇구 양식잇구 님찻구 허는대 불상해요?”

“貞: 이것이 두데기詩人이요 이것이 小人詩人이요 이것이 거는房詩人이요.”

 

  그는 작품을 통하여 현실과 조응하지 못하는 지식인 원영의 가식과 허위의식을 꼬집으며, 현실의 온갖 유복함을 누리면서도 골방에 갇혀 절망을 노래하는 건넛방 시인의 허구성과 무기력함을 맹렬히 폭로한다. 김우진은 이를 통해 “현실과 분리된 지식인의 관념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솔직한 자기성찰과 함께 근대적 자아의 깊은 환멸을 고백한다. 

 

 
<두덕이 詩人의 幻滅> (이미지 제공: 목포문학관)


  김우진은 <두덕이 시인의 환멸>을 시작으로 지식인의 관념적 허상을 허물고, <이영녀>와 <난파>·<산돼지>로 이어지는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밑바닥 민중의 현실
 그는 보다 일찍이 민중의 삶을 들여다 본 작가이다. <이영녀>를 통해 식민지 조선 하층 여성의 고단한 삶과 가혹한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 인물인 영녀는 빈민가에서 어린 자식을 키우기 위해 온갖 어려운 상황을 버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지 못하고 가난이라는 환경과 생존 본능에 이끌려 끊임없이 ‘비참’이라는 굴레 속으로 말려 들어간다. 
  김우진은 희곡 <이영녀>를 통해 사회의 모순과 매음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 ‘영녀’를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만 그려내지 않고 주체적이고 생존을 위해 당당하게 싸우는 인물로 그려낸다. 여성을 성적(性的) 약자, 계급적 약자로 생동감있게 표현하며 여성이 기득권 세력에게 어떻게 성적으로 소모되고 수탈당하는가를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우진은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층민의 수난은 개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발현된다는 것을 폭로한다.
 주인공 영녀의 고난과 매음이라는 타락을 윤리적 죄의식과 결부하지 않고, 식민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모순임을 분명하게 밝혀내고 있다. 그는 이른 시기부터 민중의 삶을 직시하고 식민지 하층 민중의 밑바닥 삶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 작가였던 것이다.

 

<이영녀>, <산돼지> (이미지 제공: 목포문학관)

 

  소통의 창구 ‘희곡’
  이처럼 김우진은 ‘극’이라는 작품을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하고자 한 작가이다. 김우진의 유작으로 잘 알려진 <산돼지>는 그가 느꼈던 처절한 절망과 삶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암울한 식민지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지식인의 무력감을 고백하는 한편, 주인공 원봉을 통하여 현실을 부수고 다시 나아갈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봉건사회 만석꾼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의 중압감을 견뎌내야 했던 김우진의 개인적 한계와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우진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 갇힌 산돼지가 아닌 들판을 달릴 야성과 이성이 살아있음을 웅변하며, 좌절에 굴복하지 말고 내면의 야성을 깨울 것을 부르짖는다. 
  작품에서 원봉이 느끼는 고통은 김우진 개인의 삶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단연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당대 조선 지식인 청년 전체가 겪던 공통의 시대병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우진은 개인의 내면적 고뇌를 무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절망적 현실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신음하던 당대 청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작가 김우진은 자신의 희곡작품들을 단순한 예술적 실험이나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 시대 및 민중과의 치열한 ‘소통의 창구’로 삼은 인물이다. 현실과 격리된 관념적 담론에 머물지 않았으며,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김우진에게 있어 그의 작품은 민중과 상호작용하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었던 것이다. 비록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진정한 소통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
목포문학관 소장,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 4점.
서연호·홍창수 편, 《김우진전집》, 연극과인간, 2000.
서연호, 《김우진』,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유민영, 《찬미와 함께 난파하다》, 푸른사상, 2021.
서연호, <김우진 <이영녀>의 역사적 성과에 관한 연구>, 《김우진학보》제1집, 2025.9.
최강민, <김우진의 성장 배경과 희곡 창작의 상관성>, 《김우진학보》제2집, 2025.12.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누리집(2026.7.29.) 김우진 친필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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